서기 2109년. 인간의 과열된 욕망이 이종異種들을 잡아들였다. 함께 문화를 꽃피웠던 존재들은 「상품」이 되어 팔렸다. 이종들은 분개하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인간은 다수였고 이종은 소수였다. 수치로 값을 매길 수 있게 된 존재들은 말할 수 있으나 말할 수 없었다. 닿고 있으나 의미가 없었다. 물건과 다를 바 없는 삶은 비참했고 처절했다. 서기 2115년. 전...
금속이 맞물린다. 경적 소리가 시선을 모아 선두에 있던 기관사가 목청을 높였다. “15시 열차, 출발합니다!” 해수면을 따라 떠나는 열차를 보며 들고 있던 레몬차를 한 모금 마셨다. 「쓸쓸해 보이네요. 케일.」 고개를 든 케일이 들고 있던 잔을 내밀었다. 형체가 불분명했던 물방울은 레몬차를 삼키자 레몬 모양으로 변했다. 향기까지 구현하자 미간을 구긴 케일은...
에르하벤이 케일을 데리고 온 건 충동이었다. 처음으로 벌인 감정적인 선택에 금칠 할 이유가 없었다. 충동 맞다. 유능한 수완가. 이성적인 사업가. 에르하벤의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로 밑천 하나 없이 호기로 차린 회사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가 됐다. 부모가 없던 삶이라 척박했고, 어른이 될 자신에게 무엇을 해야 좋은지 가르쳐주는 어른도 없어. 당장 내일...
토도이즈 온리전에 발행한 서정 上입니다. 원작, 엔데버의 문제를 그리 흐지부지 마무리 지어버린 것에 매우 화가 났고 실망을 많이 했던지라 작업하던 후편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콘티만 있는 상태... 제가 토도로키를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문제는 나쁜 게 아니라고, 네 주변이 나빴을 뿐이라고. 울며 불며 작업해도 결국 원작에선 저렇게 마무리 지어버리...
김록수는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얼굴이 무너질 듯 흐린 표정을 한다. 한 번, 열 번, 백 번, 천 번, 만 번. 같은 장면을 무력하게 지켜본다. 모래처럼 흘러내린 생명들을 눈 안에 아로새긴다.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이 상흔처럼 남는다. 해일이 밀려온다. 케일은 몸을 일으켰다. 주변은 아직 어스름했다. 시린 공기에 이불을 추스르며 몸을 작게 웅크렸다. ...
마지막 가을비가 쏟아졌다. 바람에 겨울이 오는 소리가 난다. 흔들리는 창문을 보며 커튼을 쳤다. 바닥에 내려둔 등불이 불안하게 주변을 밝혔다. 케일은 고개를 돌려 상대를 본다. 어둠 속에서도 퇴색되지 않는 화사한 색이 눈에 들었다. 허리를 숙여 등불을 들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삐걱삐걱 낡은 소리가 났다. 한숨을 쉰다. 고단하던 전쟁이 끝났다. 놀고먹는 생...
상대를 아는 건 쉬운 일이다. 김록수의 삶은, 세상은 한 치 앞 생존도 장담할 수 없던 불완전한 세계였다. 하나라도 많이 아는 게 생존확률을 올렸던 만큼 처절하게 배워 세상을 쌓았다. 퇴색되지 않을 것들은 케일이 되자 더욱 빛났다. 상대의 변덕에 죽음을 각오할 일도, 굶주림에 떨 일도 없어졌지만 버릇이 남아 상대를 뜯어보곤 한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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